1/07/2009

(유동성 함정)①한은 금리 하한선 어딘가

(유동성 함정)①한은 금리 하한선 어딘가
한은 금리정책 유효성 매번 점검.."하한선 없다"
성장률 전망 점차 하향..기준금리 1%대 기대 솔솔
입력 : 2009.01.07 15:10

[이데일리 권소현기자]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서 0.5%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, 앞으로 과연 어느 선까지 금리인하가 진행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.

특히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가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는 선까지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시장에서는 `유동성 함정 마지노선`을 가늠하기에 분주하다. 당시 2%선까지는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1%대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.

우리 경제가 이미 지난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데다 각종 경제지표는 갈수록 우울한 전망만 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.

◇ 한은 "금리정책 범위는 없다..상황 봐가며 운영"




한은은 지난 10월부터 금리인하에 나서 5.25%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말 3%로 끌어내렸다. 지난 99년 금리목표제를 도입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.

오는 9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0.5%포인트 인하하면 2.5%로 낮아지게 된다.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낮은 금리인 만큼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하한선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.

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 기준금리에 상한선도 하한선도 없다고 설명한다.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금리수준이 어느 정도라는 기준 역시 없다는 의미다.

한은 관계자는 "금리 범위를 정해놓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한선을 말할 수는 없다"며 "적정 금리수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"이라고 말했다.

물론 내부적으로 현재의 금융위기와 해외 경제, 실물경제 침체 정도, 유동성 파급경로 등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겠지만 상황이 워낙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하한선을 정한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.

앞선 관계자는 "막연히 기준금리가 2%라면 너무 낮은 수준 아니냐고 하는데 미국 경제가 장기공황으로 들어서고 계속 침체의 길을 걷는다면 2% 보다 더 내릴 수도 있는 것"이라고 설명했다.

그는 이어 "매번 금리정책의 유효성을 점검해가면서 운영해야 한다"며 "그때 그때 국내와 해외경제를 보면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"라고 강조했다.

◇ 성장률 갈수록 하향..금리 1%대 전망도 솔솔

통화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한선을 1~2%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. 지난달 금통위때까지만 해도 대체로 2%선이 대세였지만, 이제 그 이하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.

그만큼 경기침체 속도가 빠르고 물가 상승속도도 둔화되고 있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.

한은의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가 각각 2%, 3%라는 점을 감안하면 명목 국내총생산(GDP) 증가율은 대략 5% 수준으로 나오지만 성장률이나 물가나 모두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. 따라서 명목 GDP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다면 정책금리 수준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.

류승선 HMC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"명목 GDP 증가율보다 정책금리가 낮아야 유동성이 발생하는데 최근 금융위기로 어느 나라든 금리를 더 낮춰 차이를 확대하려는 분위기"라며 "명목 GDP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된다면 금리 역시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낮춰야 할 것"이라고 말했다.

특히 실질금리를 결정짓는 물가가 관건이다.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 물가상승분을 뺀 것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일 경우 정책금리가 같아도 실질금리는 더 올라가게 된다. 따라서 물가가 예상보다 더 급속도로 둔화된다면 정책금리를 2% 이하로 더 낮춰야 한다는 것.

류 이코노미스트는 "아직 근원 소비자물가나 서비스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이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현실화되고 있지는 않다"면서도 "만약 물가가 2% 이하로 내려간다면 기준금리도 2% 밑으로 내려야 할 것"이라고 말했다.

실질 GDP도 마찬가지다. 박태근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"그동안 성장률과 정책금리 추이가 같이 움직였다는 것도 참고할만 하다"며 "한은이 예상하는 2% 성장을 감안할때 2%의 정책금리까지는 무리가 없다"고 판단했다.

올해 경제성장률이 1% 안팎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금리도 1%대까지 인하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.

◇ 그래도 2% 밑에선 유동성 함정 `걱정`

`유동성 함정에 빠진 상태`의 정의가 경제주체들이 더 이상 금리인하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라는 점에서 시중금리를 기준으로 정책금리의 하한선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.

어차피 경제주체는 정책금리보다 시중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, 시중금리가 어느 선까지 따라내려갈 수 있을 것이냐를 분석하는 것이다.

이같은 논리를 차용한 전문가들은 정책금리 2% 이하에서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.

서철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"기준금리가 1%대로 진입하면 시장금리가 더 이상 못 쫓아오는 물리적 하한선이 있을 것"이라며 "(제로금리로 진입한)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.0%에서 머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으니 2.5%라고 가정하면 기준금리 2% 이하는 쉽지 않을 것"이라고 말했다. 6일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.44% 수준이다.

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"금리가 한은이 중기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물가수준 하단 2.5% 이하로 낮아진다면 경제주체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"이라며 "가계나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민감한 CD금리를 기준으로 역으로 정책금리를 추정한다면 약 1.5% 수준이 마지노선"이라고 말했다.

역대 정책금리 대비 CD금리 스프레드가 평균 0.8%포인트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CD금리 수준 하단을 2.5%로 놓고 보면 기준금리는 1.7% 수준으로 추정된다. 때문에 넉넉하게 잡아도 1.5%선 밑은 유동성 함정이 우려된다는 것.

이성권 굿모닝신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"2% 아래로 정책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계나 기업이 대출을 받아 소비나 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심리로 미래에 대비한 저축을 늘리거나 현금보유 경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"고 분석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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